[14th PIFF] 공기인형 (2009) 20091010 + GV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에 이어 세번째로 매진되었던 공기인형.
우리나라에도 많은 고정팬을 가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우리나라의 배두나가 주연을 맡아 제작단계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칸과 토론토 영화제에서도 상당한 호평을 받았으며 지금까지의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은 영화지만..

나야 뭐 오직 우리 도련님, 오다기리 죠가 나온다는 이유로 보겠다고 점찍었던 작품..;
그리고 배두나가 연기하는 공기인형이 사랑하게 되는 상대가 아라타- 라는 것에도 어느 정도 흥분(?)한 작품.
9월 23일 예매전쟁이 개시되자마자 제일 먼저 시도한 영화였고 무사히 예매에 성공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51초 매진을 기록했다 하기에 아차 했으면 놓쳤겠구나 싶어 운이 좋았던 것에 안도.
(..역시 도련님에의 팬심이 중요했어...)

그 후로 이 영화의 티켓을 구하고자 하는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봐왔기에 극장에 들어설 때 무언가 경이감조차 느껴질 정도였다. 23일 이후 영화제 티켓교환 게시판에 끊임없이 올라오던 표 구해요 게시물들, 그날 현매를 위해 밤샘 줄을 서면서 파악하니 내 앞뒤의 모든 사람들이 공기인형과 기타.. 를 노리고 왔으며, 이날 아침 8시반에 제일 먼저 현매가 시작되자 열명을 살짝 넘겼을 시점에서 제일 먼저 매진이 된걸 모두 지켜봐왔기에.. 특히나 같이 밤을 샜던 사람들이 모두 이 영화를 구하지 못하고 결국 돌아가야 했던지라 약간의 책임감을 느끼면서 영화를 봐줬다.

영화는 잔잔한 음악와 함께 어느 작은 동네에서 차분히 시작된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종업원인 히데오는 노조미- 라는 이름의 공기인형을 갖고 있다.
그는 식사도 2인분을 준비하고, 목욕도 함께 하며, 밤에는 가까운 공원에 외출하여 벤치에 함께 앉아있기도 한다. 또한 성욕처리로도 쓰고 있다.
그런 어느날 히데오는 평소와 다름없이 노조미를 침대에 두고 모포로 잘 덮어준 후 출근을 한다.
히데오가 나간 뒤 노조미는 천천히 숨을 내쉰다. 손을 움직이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거리를 내다본다. 그런 후 노조미는 히데오가 그녀에게 입히던 메이드 복장의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간다..
영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 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질 수 있을리 없는 마음을 갖게 되어버렸습니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노조미가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는다. 아니,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거다. 이건 왜 공기인형이 마음을 얻어 움직이게 되었는가-를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니까.

마음을 갖게 된 노조미는 거리를 구경하다 우연히 비디오 렌탈점에 들리게 되고, 그곳의 점원인 준이치(아라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노조미- 한명에게만 촛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주변의 소소한 인물들을 잠시잠시 비추며 우리는 모두 속이 텅 빈 공기인형과 같다는 것을 말해주는듯 하다. 그리고 바람이 빠진 노조미를 준이치가 채워주듯 우리에겐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영화 중에서 노조미는 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에게 말한다.
"저는 속이 텅 비어 있어요."
할아버지는 대답한다.
"사람은 누구나 속이 텅 비어있단다."
(..기억이 좀 가물가물해서 맞는지 살짝 자신이 없다만 대강 저런 느낌..)

영화는 전반적으로 안타깝고 애닮프다. 마구 슬프다던지 그런건 아니고 은근한 느낌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달까..
나는 그동안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서도 그닥 별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 작품만큼은 정말 예외였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어째서 그렇게 찬사받는지 알겠다, 진짜 이 감독님은 천재다- 라는 생각이 들더란.
그리고 배두나. 정말 다시 봤다!
그동안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정말 보는 내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정말 "배두나"가 아니고선 누구도 이런 연기를 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 고레에다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려고 할때 배두나가 아니면 안된다고 했다는데 이해가 된다.
아라타에 대해선 딱히.. 그냥 딱 "그 다운" 연기를 했다의 정도?
오히려 히데오역의 이타오상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영화제때 그가 만든 "탈옥왕"도 상영되었고 게스트로도 왔었는데 보지 못한게 아쉬울 정도.

..그리고 우리 도련님.. 얼마 안 나올거라는건 예상하고 갔으니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거의 후반부 가서 나오는데 등장할때 극장안에 작은 술렁임이 이는 걸 보고 새삼 국내에서의 인지도 실감..;
출연 분량은 적었지만 그래도 예전의 "절규"보단 더 비중도 있었고 캐릭터도 나았다.
공기인형을 만드는 인형사로 나오는데 캐릭터도, 대사들도 너무도 그 다웠달까.
등장은 적었어도 주연 배우들 못지 않은 묵직한 비중과 대사들이 정말 좋았다.

그 외에 영화를 보면서 느낀 이런저런 것들이 있긴 하지만 내용누설이 될 수도 있으니 생략.
그리고 분명한 건 개봉하면 꼭 다시 보러 갈거라는 거.
GV에 등장하신 고레에다 감독님 (우측) 그리고 영화평론가 이동진 기자.
보통 GV는 주로 관객이 질문하고 감독님이 그에 대한 답변을 해주는 편인데 이번 GV에서는 이동진 기자가 먼저 질문을 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갖겠다고 했었다. 근데 이동진 기자가 너무 많은 질문을 하는 바람에 관객에게 주어진 기회가 줄어들어 객석에서는 작은 반향이 있었던 듯. 나는 다음 영화가 있어서 다음 영화 시작 5분전까지 보다가 뛰어나가서 끝까지 못 봤는데 그때까지 이동진 기자가 질문하고 있었다. 그 뒤에 과연 관객 질문을 받을 시간이 있었을지, 어떤 얘기가 더 오갔을지 많이 궁금하다.
배두나와 함께 오고 싶었는데 현재 뉴욕에 체류중이라 오지 못했다며 안타까와 한 감독님.
그 소리에 '그럼 아라타라도 덷고 왔어야지!!' 라고 나는 속으로 외쳤고..
감독님은 자신이 배두나의 팬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배두나와 함께 이 영화를 찍고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이 상당히 어려운 만큼 배두나는 출연을 많이 망설였고, 결국 주변의 설득을 받아 이 영화를 찍게 되었다고. 영화를 찍는 동안 그녀가 보여준 프로페셔널한 부분에 많이 감탄했다는 감독님은 배두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작은 20페이지짜리 단편 만화라고 한다. 언제 기회가 되면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아직 국내수입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고레에다 감독에 배두나 출연인만큼 국내개봉은 확실하겠지만 수입이 아직이라 하니 다시 볼 수 있는 시기가 아직 요원한가보다. 영화제때 못 보고 안타까와 한 사람들이 많은 만큼 빠른 개봉이 정해졌으면 좋겠다.

그 외 영화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공식 사이트에서 봐주시길.
http://www.kuuki-ningyo.com/

by Eiri | 2009/10/17 04:51 | 스크린 파워!!(영화관련) | 트랙백 | 덧글(4)

Commented by 비인 at 2009/10/17 16:14
이동진 기자는 스스로 고레에다히로카즈의 열혈팬을 자처하고 있긴한데... 그래도 관객들이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주었어야 했을텐데요; 국내개봉할 것 같죠? 해야하는데!
Commented by Eiri at 2009/10/17 18:29
그렇잖아도 GV시작하면서 바로 그 얘기 하더라고요. 자긴 고레에다 감독님의 팬이라고. 그래서 자기가 몇개만 질문하고 관객에게 넘기겠다고 하던데 너무 길게 하더라고요. 이동진 기자 정도라면 따로 시간을 내서 인터뷰라던지 대화던지 할 수 있었을텐데 그걸 꼭 GV시간에 해서 관객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뺏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듭니다. 그 시간대 표를 잡아서 들어온 관객중엔 분명 GV시간을 기대하고 온 관객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국내개봉은 분명 할거라고 봐요. 감독님이나 배우 인지도를 봐서라도 말이죠. ^^
작년의 걸어도 걸어도 처럼 거의 일년 있다가 개봉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입니다.
Commented by echobelly at 2009/10/18 14:15
보통 GV 하면 첫타자들이 뻘쭘해 하기 마련이라, 진행자들이 질문 한두 개 해서 터주기 하는데 말이죠...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관객들이 질문하고 싶어지는 스타일의 영화이니 최소화해주는 게 좋았을 텐데, 싶어지네요. ('영화 다시 보기' 프로그램이랑 헷갈렸나... ㅋㅋ)

<걸어도 걸어도>도 했는데, 당연히 개봉해주겠지... 하고 믿어봅니다. 하는 김에 <디스턴스>도 출시 좀 해주고. ㅠ.ㅠ 개봉하는 그날까진 말을 아끼며 기다릴래요. ㅠ.ㅠ

근데 아라타는 스틸 그대로의 모습이던가요? 진장 분장 거의 안 하고 찍은 것 같던데.
Commented by Eiri at 2009/10/18 18:02
이동진 기자의 질문도 질문이지만 감독님이 또 꼼꼼하게 답해주신다고 답변 하나하나가 길어지기도 해서 더 했달까.. 근데 정말 질문 한두개로 끝났어야 해. 내가 나갈때까지 한 다섯개는 한듯한..

개봉이야 당연히 하겠지만 문제는 시기라능..!! 걸어도 걸어도는 올 여름이 되어서나 개봉했었잖아. 배두나가 있으니 좀 더 빨리 개봉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T_T

아라타는 스틸 그대로. 이 옵화, 이젠 나이든 티가 난다. 게다가 그렇게 하니 너무 평범해 보여서.. 흑흑흑.. 원더풀 라이프의 우유빛깔 아라타~를 다시 보고싶어.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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